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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다면? by 럇

2021. 11. 2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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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하다

 

지금은 만약 당신이 노동조합을 설립하려고 한다면 현재 회사에 노동조합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자유롭게 노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복수노조 설립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하나의 기업에는 하나의 노동조합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 복수노조 금지가 앞서 설명한 서양의 직종별, 산업별 노조에는 당연한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의 기업별 노조의 경우에는 중대한 기본권 침해가 된다는 점 입니다.

직종별, 산업별 노조는 해당 직종 또는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근로자를 위해 조직된 단체입니다. 그리고 해당 직종,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근로자는 당연히 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됩니다.

애초에 장인 길드에서 길드에 가입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물건을 팔 수 없었던 것처럼 해당 직종, 산업에서 근로자가 되려면 당연히 그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만약 이 조직이 여러개로 분리되어 난립하게 된다면 하나의 직종,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단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가 없고 이는 역사적으로 너무나 당연시 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기업별 노조의 경우에는 굳이 노동조합이 하나여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기업별 노조는 가입여부가 선택권이 있고, 즉, 하나의 기업에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공존하는 것이 당연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노동 3권 중 단결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근로자에게는 단결할 권리가 있는데, 이미 그 기업에 노동조합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단결을 하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은 위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은 제정 당시인 1997년부터 원칙적으로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부칙에서 유예기간을 정함으로써 2007년까지 유예하고.. 또 법을 개정하여 2011년까지 유예하면서 무려 14년 만에 실제적으로 허용이 되게 됩니다.

그럼 왜 이렇게 오랫동안 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복수노조 설립이 금지되었을까요?

그건 사용자가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반대했구요.

사용자 입장에서 노동조합은 없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있다고 하더라도 하나만 있는 것이 여러 개 있는 것보다는 다루기가 쉽습니다.

이건 당연하죠?
서로의 이해관계와 사상이 같은데 굳이 다른 노동조합을 만들까요? 아니죠.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이라는 것은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이 2개 이상이라는 말이 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하나도 힘든데 양쪽에서 혹은 그 이상이 요구를 해 대면 짜증이 나겠죠.

게다가 복수노조가 금지되었을 때에는 어용노조라는 치트키가 존재했습니다. 

하나의 기업에는 하나의 노동조합만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용자는 (자신에게 적대적인 혹은 언제든 적대적이 될 수 있는) 진짜 의미의 노동조합이 생기는 것이 싫습니다. 그러면 사용자는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주로 인사, 총무팀에서 주관하여 회사의 편을 들고 또한 노동조합이 생겼을 때 가장 귀찮아지고 힘들어지는 이해관계를 가진 직원들을 통해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해 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이미 그 기업에는 노조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그 누구도 새로운 노조를 만들 수 없게 돼버리는 거죠. 그리고 기존에 있는 노조는 인사팀에서 관리 운영하는 어용노조로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그럼 민주노총은 왜 반대했을까요?
복수노조가 금지되었을 때는 어떤 기업에 기업별 노조 혹은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의 지회, 분회가 있으면 그 기업의 노조는 온전히 민주노총의 휘하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그 기업 자체가 민주노총에 휘둘리게 된다는 의미가 되고,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장해주게 됩니다.

민주노총은 상당히 강상적인 노동조합이고 또한 권위적이며 중앙집권적이고 독재적인 조직입니다. 때문에 거의 지시, 지령 수준의 관리를 하게 되고, 개별 기업의 지회, 분회는 단체협약 체결권조차 없을 정도로 막강한 구속력을 갖추고 있죠.

이는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권력 유지의 핵심이며 힘의 근원이지만, 문제는 각 기업에 존재하는 지회, 분회 소속의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점 입니다. 실제로 요즘 민주노총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사례가 많고, 민주노총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노동조합으로 인정받는 판례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나는 딱히 이렇게까지 회사가 망할 정도로 파업할 생각도 없고 무슨 철천지 원수처럼 회사랑 싸울 생각도 없는데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상부의 지시를 강제로 따라야 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즉,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어 하나의 기업 안에 민주노총 소속의 노동조합과 민주노총에 소속되지 않은 노동조합이 병존하게 된다면, 강성적인 성격을 싫어하는 조합원들이 그쪽으로 빠져나가버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반대를 하게 된 것이죠.

이러한 사용자의 이해관계 그리고 민주노총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제정 당시부터 가능했던 복수노조 설립이 부칙 따위로 14년이나 금지하는 위헌적인 상태가 유지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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