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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기업별 노조를 설립할 수 있을까? by 럇

2021. 11. 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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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별 노조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사히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뿐



기업별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일은 앞선 글에 썼듯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노동조합은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노조 설립 또한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래서 물론 준비할 서류와 내용이 있지만 기본적인 규약과 몇가지 정보일 뿐, 뭔가 대단한 것들은 아닙니다. 심지어 인터넷 민원을 통해 이제는 훨씬 더 쉽게 설립할 수가 있죠.

하지만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무사히 기업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가? 입니다. 
그 길은 어쩌면 순교에 가까운 개척의 가시밭길이며, 한발 한발이 지뢰밭인 수라도가 될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기업별 노동조합을 설립하려고 발을 들이는 순간 세상이 기업이 당신을 최선을 다해 짓밟기 시작하거든요.

기업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호환, 마마 가 아니라 노동부감사와 노동조합 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 인사팀에서는 노동부 특히, 근로감독관과의 긴밀한 친분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어쩌면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노동부가 아니라 행정관청에 하도록 한 것은 이러한 기업-노동부(근로감독관) 간의 유착관계를 어느 정도 고려한 측면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근로자가 노동부에 설립신고를 하면, 근로감독관은 바로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아무래도 유착관계가 있는 해당 기업 인사팀에 그 정보를 누출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법적으로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려 드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노조 설립을 막으려고 든다면 그건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구요.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이미 노동조합 설립 방지를 위한 대책과 시나리오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이미 2013년에 언론을 통해 터진 신세계 그룹 이마트 내부 문건을 보면 노조 설립 전후의 대응을 위한 시나리오가 완비되어 있습니다.

이미 대기업들은 노조 설립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갖추고 있다


신세계 그룹이 이런 대책방안을 마련해 놨는데, 삼성이나 다른 대기업이 이런게 없을까요? 럇이 다니는 전직장도 이미 예전에 이러한 대응전략을 마련해 두었고, 당시 직접 업데이트 작업을 했습니다.

기업별 노조의 경우 노동조합의 설립신고는 행정관청 중 구청 또는 시청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나의 사업장 단위로 설립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2개 이상의 사업장을 묶는다고 해도 시작부터 상위단체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한, 2개 이상의 특별시, 자치도에 걸치는 전국단위의 노조는 설립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받는 부서는 사실 각 행정관청마다 달라서 일률적으로 '여기에 하면 된다' 라는 게 없는데, 보통 기업지원과 또는 민원과 에서 담당하여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부서 명칭도 제각각이구요.)

그러면 여기에서 재미있는 건, 기업 인사팀 - 근로감독관 은 이미 친분관계가 있습니다. 
그럼 행정관청 담당자와는 어떻게 연결이 될까요?

이 사이에는 놀랍게도 경찰이 엮입니다.
모든 경우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보통 행정관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가 들어가면, 경찰 정보과에서 해당 사실을 입수하게 됩니다. 그리고 경찰 정보과에서 담당 근로감독관에서 해당 정보를 제공하고 그 정보가 결국 기업 인사팀 손에 들어오게 되는 거죠.

솔직히 행정관청에 설립신고한 사안이 왜 경찰 정보과에서 입수해서 넘어오게 되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노동조합이 설립되면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로 인해 형사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보를 수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난 아무도 모르게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냈다고 생각하지만 (심지어 집에서 몰래 인터넷 민원으로 신청했어도) 회사가 그 사실을 알아차릴 가능성은 상당히 높습니다.

그리고 강경책이건 회유책이건 각 회사 나름의 대응전략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게 됩니다. 때문에 설립신고를 하는 것 자체는 어려울 것도 없고 문제될 것도 없지만, 무사히 설립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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