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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6 근로기준법 개정(안) - 연장근로 총량관리 등 주요 내용

2023. 3. 3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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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6 근로기준법 개정(안) - 연장근로 총량관리 등 주요 내용

23년 3월 6일 고용노동부는 역대급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사실 작년, 22년 12월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라는 곳에서 권고문이라는 것을 발표했을 때부터 이미 예상되던 시나리오였습니다. 애초에 이 이름도 거창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을 위해 설립한 기구이고, 그 방향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쨌든 그 흐름의 연장선으로 올해 3월 초 고용노동부에서 공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공개 직후부터 끊임없이 반발과 논란이 커지고 있어 국회 통과는 고사하고 개정(안) 자체가 엎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아예 윤석열 대통령부터 나서서 말을 바꾸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일단 이번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의 방향성 자체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국회 통과는 안되더라도 어떤 내용인지를 간략하게 보면 좋을 겁니다. 이번 글에서는 개정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를 써볼까 합니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총 다섯 가지입니다.

1. 연장근로 총량관리
2. 근로자대표 기준 구체화
3. 유연근로제 개선
4.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5. 휴게시간 선택권 부여

 

1. 연장근로 총량관리

연장근로 총량관리는 기존에 "1주 12시간 이내"라는 근로기준법 규정으로 인해 연장근로 단위 기간이 "주"로 고정되어 있어 유연성이 떨어지니 이 단위 기간을 늘려서 보다 유연하게 근무시킬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이 자체로는 연장근로 수당이 줄어드는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일과 생활의 균형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오로지 회사의 사정에 맞추어 이리 저래 잘라 붙이고 끼워 맞출 수 있는 권한을 회사에 쥐어주는 규정이 됩니다. 즉, 근로자를 한 인격체로서의 사람이 아니라 쓰다 버리는 자원 취급을 하는 내용입니다.

 

언론에서는 최대 1주 69시간이라는 문구를 많이 쓰고 있는데, 엄밀히 따지면 틀린 이야기입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 1주 최대 근로시간

최대 근로 가능 시간은 1주 80.5시간입니다. 주휴일을 주어야 하는 건 맞지만, 휴일수당 주고 일을 시켜도 문제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더 큰 문제는 1주 64시간 이내로 근로를 시키는 경우 막말로 8시간 당 1시간 이상, 4시간당 30분 이상 휴게시간을 주기만 하면 3~4일 정도 죽도록 일을 시킬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겨우 주 52시간제 확립으로 막아놓은 크런치 모드를 부활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굉장히 교묘하게 숨겨두고 아주 간략하게만 써 두었습니다. 그 짧은 문장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또는 1주 64시간 이내 근로" 안에는 진짜 상상을 초월하는 살인적인 근로가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가 숨어 있습니다.

 

2. 근로자대표 기준 구체화

근로자대표 기준 구체화는 근로자대표의 선출방법과 활동 보장, 권한, 의무 등을 규정함으로써 기존에 법적으로 공백이 있는 부분을 채워 넣는 내용입니다. 그 동안 근로기준법에는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라고 해서 사실상 동어반복 수준의 문구를 넣어둔 상태였거든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그 빠진 부분을 채우고, 노동조합 위원장 급은 아니더라도 대충 비슷한 수준의 권한과 의무, 보호 규정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근로자대표 선출 기준
과반수 노동조합 (없으면)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의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

 

참고로 노사협의회는 상시근로자 수 30인 이상인 경우 의무적으로 설치 및 운영해야 하는 제도이며, 노사협의회법에 의해 근로자 위원은 근로자 과반수의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3. 유연근로제 개선

유연근로제 개선은 근로기준법 상 대표적인 유연근로제인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좀 더 유연하게 풀었습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정산기간을 기존 일반 1개월, 연구개발 3개월에서 3개월, 6개월로 늘렸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원래 도입할 때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해야 하는데, 중간에 바꿔야 할 사정이 생기면 서면 합의까지 안 가고 근로자대표랑 협의하면 바꿀 수 있도록 해 주는 내용입니다. 역시나 근로자보다는 회사를 위한 내용입니다.

 

4.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기존 근로기준법에 있던 보상휴가제를 저축계좌제로 이름을 바꾸고 좀 더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입니다. 단어 그대로 연장, 야간, 휴일근로 시간을 저축했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휴가로 쓸 수 있게 하는 제도인데, 기존에 있던 연차도 연차사용촉진이라는 악법으로 소멸하는 판국에 현실적으로 악용되면 악용되었지, 근로자에게 유리하기는 어려운 제도입니다. 심지어 적립 상한, 기간,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은 하위법령에 위임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입맛에 맞게 얼마든지 난도질할 수 있는 제도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5. 휴게시간 선택권 부여

사실 1번 연장근로 총량관리가 워낙 이슈가 되어서 묻혔긴 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찐 코메디는 이겁니다. 4시간 근로 당 30분 이상 휴게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휴게시간 규정이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근로자 본인이 희망하지 않더라도 하루 4시간 근무하는 단시간 근로자나 반차를 쓴 근로자가 30분을 회사에 머무르면서 쉬어야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30분 회사에 머무르지 않아도 빠르게 튈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겁니다. 

 

법리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합니다. 강행규정은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것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인사팀에서 일하면서 반차 쓴 직원에게 30분 더 회사에서 휴게시간을 가지고 퇴근하게 시켜본 적도 없고, 노동부 근로감독 나와서 그런거 체크하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만.. 뭐 실제로 그렇게 하는 회사가 있더라는 민원이 많아서 개정안에 들어온 내용이라고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조금 더 내용에 집중한 요약 정리를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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