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당락을 좌우하는 변수는 너무나 많다.
1. 회사가 원하는 학벌
(1) 회사의 내부 커트라인 미달
회사에 따라서는 채용 공고에는 절대 언급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학벌 커트라인을 정해놓은 곳이 있습니다. ‘서울 소재 대학교’, ‘지방 국립대’ 또는 ‘서성한(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외대’와 같이 우리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데 적어도 이 정도 학벌이었으면 좋겠다는 기준입니다.
물론 이런 학벌 커트라인이 있다고 해서 그 외 이력서를 보지도 않고 치워버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리스트에서 우선순위가 계속 뒤로 뒤로 밀릴 뿐입니다. 대규모 공채가 되었건, 수시채용이 되었건 어차피 회사에서 채용할 사람 수(TO)는 정해져 있습니다. 정말 놓치기 아까운 인재가 있거나 갑자기 퇴사자가 발생해서 충원이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거의 처음의 그 한정된 인력만을 채용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미 더 좋은 학벌의 지원자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일정 수 이상이 된다면 굳이 별로 높게 쳐주지 않는 대학 출신까지 1차 면접에 부를 이유는 없어집니다.
(2) SKY(서연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는 의외로 호불호가 갈린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또 전공 학부에 따라 조금씩은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최상위권 대학교라고 하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꼽을 겁니다. 하지만 이 SKY 대학을 나오면 학벌 측면에서 서류가 프리패스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그 회사의 편견일 수는 있지만, 어떤 회사는 과거 학벌이 너무 좋은 직원을 뽑았더니 금새 그만둬서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어떤 회사는 인사담당 임원 본인이 특정 대학 출신이라서 경쟁관계에 있는 어떤 대학 출신을 비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어떤 회사는 인사담당 임원이 서울대 출신은 사회성이 떨어지고 조직에 잘 어우러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스펙 상으로는 최상위 대학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리스크가 큰 인선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오히려 스펙이 너무 좋아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증명사진을 봤는데 혹은 자기소개서를 읽어봤는데 뭔가 성격이 특이해 보이거나, 강성의 기질이 보이거나, 유연성 또는 적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면 바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3) 회사가 원하는 전공
경우에 따라서는 딱히 특정 전공을 지정해서 채용하거나, 우대전공으로 명시하지 않았는데도 내부적으로는 특정 전공 출신을 선호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재무/회계팀을 뽑는데 경영학과 또는 경제학과 중 하나를 유독 선호하거나 통계, 수학 전공 출신을 비선호하는 특징을 보이는 회사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채용공고에서는 유불리를 판단할 수 없지만 사실은 전공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합니다.
2. 회사가 원하는 나이
회사는 하나의 조직이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문화에서 나이는 아직까지는 직급과 나이의 간극이 발생했을 때 잘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습니다. 특히나 나이가 많거나 나이가 적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마침 그 회사의 선임 직원들의 연령대보다 지원자의 연령대가 높으면 회사에서는 부담스러워 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나이 하나 때문에 좋은 인재를 놓치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조건의 지원자가 있다면 그들 사이에서는 분명 마이너스 요소가 되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에서 밀리게 됩니다.
또한 이러한 팀원 연령과 무관하게 회사 차원에서 좀 더 나이가 있는 사람을 선호하거나 좀 더 어린 사람을 선호하는 등의 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회사만의 경험적인 판단요소라고 볼 수 있는데, 경험상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 잘 버티고 일을 하는 분위기의 조직문화라거나 반대로 나이가 좀 있으면 잘 적응을 못하는 조직문화인 경우 아무래도 비슷한 수준의 경쟁자들보다 후순위로 밀리 수밖에 없습니다.
3. 회사가 원하는 성격
성격이라는 것은 양면의 동전과도 같습니다. 어떤 면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격은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회사에 따라 선호하는 인재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인재상에는 그 사람의 성격도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어떤 회사는 우직하고 기복이 적고 차분한 사람을 선호합니다. 그만큼 회사생활을 잘 버티고 별 불평불만 없이 회사가 시키는 대로 잘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회사는 차분한 사람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내부적으로 으쌰 으쌰 하는 분위기인데 잘 어우러지지도 못하고 분위기를 망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회사는 똑 부러지고 똘똘해 보이는 사람을 선호하는가 하면 또 어떤 회사는 그런 사람은 반골기질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렇듯 회사에 따라 선호하는 성격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지원자들 사이에서 순위가 변동되곤 합니다.
4. 회사가 원하는 성별
요즘은 채용절차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특정 성별을 지정해서 채용하기가 곤란합니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특정 성별만 뽑을 생각이었음에도 공고에는 그 부분을 표시하지 못합니다. 또한 그 정도로 강하게 특정 성별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회사에 따라 특정 성별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성근로자의 경우 야근을 잘 못 버티고, 안 하려고 하고, 결혼 또는 출산으로 인사공백이 생길 우려가 크기 때문에 애초에 뽑고 싶지 않아 하는 회사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또 반면에 여성근로자가 좀 더 꼼꼼하고 차분하게 일을 잘할 것이라는 전제로, 특정 업무(예를 들면, 인사 업무 중에서도 교육파트)에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왕이면 여성근로자를 뽑고 싶어 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5. 기타 사유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부 운이 작용하는 영역도 있습니다. 절대적인 학벌과 스펙은 나쁘지 않은데 하필 좋은 지원자들이 너무 몰려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이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본인은 붙여만 주면 회사 근처에 방이라도 잡을 각오가 되어 있지만 회사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선호도가 떨어지거나, 희망연봉이 이 회사의 기존 급여테이블에 비해 너무 차이가 나는 경우 마이너스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또는 황당하게도 희망연봉을 구체적으로 적지 않았다고 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류 합격을 결정하는 것은 분명 본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내가 알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로 인해 '운'의 요소가 작용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서류 합격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본인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본인만의 확고한 장점을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기회란 걸어가다가 돌을 맞을 확률일 뿐입니다. 그러니 돌을 맞으려면 돌이 많이 날아다니는 곳에 가야겠죠. 어떤 특정한 회사를 목표로 일점돌파하는 것도 물론 멋진 일이지만, 취업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원하는 서류의 양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가능성을 넓게 열어두고 자신만의 커트라인을 정해 수준 이상의 기업 채용공고에 충분한 양을 투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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