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평가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평가자의 주관에 따라, 감정에 따라 합리적이지 못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객관적인 수치를 사용하는 정량평가는 정말 객관적일까요?
1. 평가기준이라는 전제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정량평가에 있어 본인의 업무목표는 표면적으로는 본인에 세우는 것이지만 사실은 회사의 입김이 좌우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애초에 그 전제인 ‘목표’가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객관적인 수치를 사용하는 정량평가조차 왜곡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목표가 아닌 성과 달성률의 기준도 회사 입맛대로 왜곡이 가능합니다. KPI에서 목표는 그나마 어느 정도 직원 본인이 관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평가의 기준이 되는 달성률은 전적으로 회사가 결정합니다. 어떤 회사는 목표를 100% 달성하면 중간 등급인 B등급을 줍니다. 그리고 목표의 150%를 달성해야만 A등급을 주고, 200%를 달성해야만 S등급을 줍니다. 반대로 목표의 80% 밖에 달성을 못하면 C등급을 주고, 50% 밑으로 달성하면 최하등급인 D등급을 줍니다.
이처럼 평가의 기준 자체가 높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고, 낮은 평가를 받기는 쉬운 구조로 설계하는 것은 너무나 쉽습니다. 수치화 활 수 있는 실적이라고 하는 객관적인 지표를 아무리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구조 자체가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해도 이 평가를 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2. 실적 인정도 결국 사람이 한다.
만약 목표 설정도 정말 직원 본인이 전적으로 결정했고, 등급별 성과 달성률이라는 기준도 합리적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이제 정량평가는 공정해질까요?
어떤 업무는 논란의 여지가 없이 결과를 가지고 실적을 판단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또 어떤 업무는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실적으로 볼 수도 있고, 실패로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어떤 회사의 인사팀 교육파트의 이야기입니다. 전년도에 그 직원은 연간 교육 3회 기획 및 실행을 본인의 평가 기준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 총 5개의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중 2개는 본인이 처음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아니라 상사인 임원이 업무지시를 해서 진행한 것이었습니다.
그 직원은 어쨌든 본인이 연간 5개의 교육을 진행했다고 실적을 올렸고, 임원은 그 중 2개는 네가 한 게 아니라며 실적에서 제외해 버렸습니다. 여기에서 관점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임원은 자신이 아이디어를 냈고 단지 단순 업무만을 한 것은 실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직원은 임원은 그저 말이나 몇 마디 했을 뿐 모든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무적인 업무처리를 다 한 것은 본인이라고 보았습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회사생활에서 아랫사람이 자기 주도로 무언가 회사 전체를 움직이는 커다란 기획을 시작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보통 그럴 수 없다는 말이 더 맞을 겁니다. 또한 임원이 업무지시를 내렸을 때, 적어도 지금까지 다 만들어서 떠먹여 주는 일은 본 적이 없습니다. 앞선 예에서 교육 담당 직원이 말한 것처럼 입만 살아서 말 몇 마디 한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평가의 권한은 평가자인 상사에게 있기 때문에 결국 실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인가는 오로지 평가자의 손에 달려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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