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를 떠날 결심을 하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아 도저히 이 회사는 더 못 다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직을 결심하게 되고 최대한 내가 손해를 안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연차휴가입니다.
회사 다니는 동안 회사 눈치와 압박 때문에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연차휴가인데, 적어도 퇴사하는 순간까지 손해를 보고 싶지는 않은 것이 많은 직장인들의 솔직한 마음일 것입니다. 그럼 언제 퇴사를 해야 연차휴가에서 손해가 없게 될까요?
2. 입사일 기준 연차계산 vs 회계년도 기준 연차계산
연차휴가 발생 기준이 복잡하고 헷갈리는 이유는 바로 회계년도 기준이라는 낯선 계산방식 때문입니다.
원래 근로기준법에서는 오직 각 개인별로 입사일에 따른 연차계산에 대한 내용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각자 본인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연차휴가를 부여해야 합니다.
하지만 직원이 수백, 수천 명 있는 회사에서 각 개인별로 입사일에 따라 연차휴가를 부여, 관리하려면 일이 너무 복잡해집니다. 공채를 통해 입사일이 같은 사람도 있을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십,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입사일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 사람들마다 일일이 입사일에 따른 연차휴가를 부여하고 관리하려면 적게는 연차 전담 인력이 필요하고, 크게는 연차휴가만 전담해서 관리하는 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일의 편의를 위해 통일된 기준을 가지고 연차휴가를 부여, 관리하게 됩니다.
이것을 회계년도 기준 연차라고 합니다. 회계년도 기준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 일률적인 기준일을 정함에 있어서 회계처리의 편의를 위해 본인 회사의 회계년도 기준일을 연차 산정의 기준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계년도 기준 연차는 근로기준법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제도이지만, 아까 말한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판례와 행정해석은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다면 이 회계년도 기준 연차를 인정합니다.
3. 언제 퇴사하는 것이 유리한가?
(1) 입사일 기준 퇴사
가장 좋은 방법은 입사일을 기준으로 n년을 채우고 퇴사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회사가 아무리 회계년도 기준으로 연차휴가를 부여하고 있다고 해도 이는 법에 근거가 없는 제도로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아야 하는 제약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원이 퇴사를 하게 되면 입사일을 기준으로 최종적인 연차휴가일수를 계산하게 됩니다. 그리고 입사일 전날까지 근무를 하게 되면 만 n년을 채우게 되므로 해당 연도의 연차휴가가 발생하게 되고, 이후 퇴사하면 이번에 발생한 연차휴가를 포함하여 미사용연차수당이 계산되게 됩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아무리 봐도 논리가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보이지만 어쨌든 최근 대법원에서 1년 계약직이 계약 종료로 퇴사하는 경우 발생 연차는 26일이 아니라 11일이다라고 한 판례를 좀 신경 써야 합니다.
이 판례에서 대법원은 연차를 사용할 권리는 한 해 근무를 마친 날이 아니라, 그 ‘다음 날’에 발생한다고 봤습니다.
결국 예를 들어 내 입사일이 5월 4일이라고 하면, 매년 5월 3일에 1년 만근을 하게 되었으므로 연차휴가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 발생한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5월 4일에 발생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우리는 입사일 기준으로 n년이 되는 날이 아니라 n년+1일이 되는 날 퇴사를 해야 합니다.
앞의 예를 기준으로 하면 예전에는 매년 5월 3일에 퇴사하면 입사일 기준 연차가 발생했지만, 이제는 매년 5월 4일에 퇴사해야 미사용연차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2) 회계년도 기준 퇴사
입사일을 기준으로 퇴사를 하는 것이 제일 확실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내 입사일까지 도저히 못 버티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차선책으로 회계년도 기준 퇴사를 고려해봐야 합니다.
회계년도 기준 퇴사는 입사일 기준 퇴사에 비해 조금 리스크가 있습니다.
회계년도를 기준으로 퇴사하는 것도 위 (1)번의 입사일 기준 연차와 로직은 동일합니다.
회계년도 기준으로 나의 전년도 근무에 대한 당해년도 새로운 연차휴가가 부여됩니다. 그리고 이후 퇴사를 하게 되면 회사는 입사일을 기준으로 연차휴가를 재산정하게 됩니다. 그러면 아직 입사일이 되기 전에 퇴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해년도 부여분이 없고, 결국 회계년도 기준 연차보다 입사일 기준 연차가 더 작아지게 됩니다.
여기에서 위에 말한 근로자에게 불리하면 안 된다는 대전제가 나타납니다. 즉, 이미 회계년도 기준으로 연차를 부여했기 때문에 이 직원이 퇴사할 때 입사일 기준으로 재정산을 해 보니 실제로는 회계년도 기준으로 부여하는 것이 더 연차 개수가 많아 유리합니다. 그러면 회사는 회계년도 기준으로 미사용연차를 정산해 주어야 합니다.
노동부 행정해석에서도 이 부분이 아주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는데요.
회시번호 : 근로기준과-5802, 회시일자 : 2009-12-31
【 회 시 】
1.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 및 제4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1년간 8할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15일의 유급휴가를, 3년 이상 계속 근로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최초 1년을 초과하는 계속근로연수 매 2년에 대하여 1일을 가산한 유급휴가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동 규정에 의한 연차유급휴가를 산정하기 위한 기산일을 근로자 개인별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개별 근로자의 입사일 등 실제로 근로제공을 개시한 날이 되는 것이나, 노무관리의 편의상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의하여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전 근로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기산일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2. 귀 질의 내용만으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으나, 연차 휴가 산정기간을 노무관리의 편의를 위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전 근로자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더라도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아야 하므로 퇴직 시점에서 총 휴가일수가 근로자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휴가일수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그 미달하는 일수에 대하여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으로 정산하여 지급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한편, 퇴직일이 2009년 9월 30일이 아니고 2009년 7월 30일이라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연차유급휴가를 산정(입사일 기준 총 62일, 회계연도 기준 총 69일)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경우가 발생하며 회계연도 기준에 따라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을 지급하여야 함을 알려드립니다(근로기준과-5802, 2009.12.31).
하지만 역시 문제는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이렇게 명백한 노동부 행정해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사들이 직원이 퇴사할 때 입사일 기준으로 연차휴가를 재산정하고, 이 입사일 기준 연차가 회계년도 기준 연차보다 불리하더라도 무조건 입사일 기준으로 계산을 해 버립니다. 그래서 더 적은 개수의 미사용연차수당을 주거나, 심지어 초과사용을 했다며 급여나 퇴직금에서 공제를 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 미사용연차수당 미지급을 가지고 임금체불로 노동부까지 가야 하는 부담이 생기게 됩니다. 이것이 위에 말한 회계년도 기준의 리스크입니다.
- 추가수정 (2021.12.21)
2021년 12월 16일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노동부의 행정해석도 결국 변경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제 연차수당에 있어서 1년은 366일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에 관한 노동부 자료를 첨부파일로 추가 합니다.
그 외에 연차수당 지급 기준에 관한 노동부 행정해석 변경은 아래 글에 추가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미사용 연차수당 노동부 행정해석 변경, 결국 366일 이상 일하라는 의미 by 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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