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장이나 인사 담당 임원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자신만의 ‘아름다운 숫자’를 품고 있습니다. 바로 이상적인 평가등급별 분포율입니다. 전 직원을 두고 서열을 메기면 최고 등급인 S등급은 그중 1%, A 등급은 9%, 중간 등급인 B 등급은 50%, C 등급은 30%, 최하 등급인 D 등급은 10% 정도로 분포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보통 대기업 출신일수록, 경력이 길수록 이 평가등급별 분포율은 의견이 아니라 신앙에 가까워지는 듯합니다.
어쨌든 이런 기본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인사팀은 상대평가율을 설정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인사평가는 승진과 보상에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회사 내에 있는 수많은 부서들과 이해관계가 민감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팀이건 각 팀의 팀장과 담당 임원들은 자기 부서, 부문의 부하직원들을 더 챙겨주고 싶어합니다. 어떻게 보면 평가에서 더 높은 등급의 부여를 얼마나 더 따내느냐가 팀장과 임원의 중요한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최초에 엄격한 등급별 배분율을 설정하고 맞춰두었더라도 평가가 진행되면 각 팀의 팀장과 임원이 인사팀에 쳐들어 오게 됩니다. “우리 팀에 배분율 상 상위등급인 S, A, B 등급은 4명까지만 줄 수 있어서 나머지 직원은 무조건 C를 줘야 하는데 난 도저히 얘 C는 못 준다.”라는 이야기를 하러 오는 거죠. 특히나 경력직을 구하기 어려운 직무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경우에는 더욱 민감해집니다. 인사팀에 와서 “이 직원 올해 승진 대상인데 인사평가 잘 못 받아서 퇴사한다고 하면 너네 인사팀이 책임질 거야?” 또는 “이 직원 올해 인사평가 잘 못 받아서 성과급 줄면 퇴사한다고 할 건데 그럼 너네 인사팀이 책임질 거야?”라고 따지게 됩니다.
정말 잘 나가고 이 회사에 오고자 하는 인재가 넘쳐나는 회사라면 인사팀에서 콧방귀도 뀌자 않겠지만, 사실 많은 기업들이 특히 중소, 중견기업들은 기존에 있던 인력을 상회하는 수준의 인력으로 대체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일은 많고 퇴근은 늦고 환경은 나쁘고 급여는 낮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있는 인력이 어느 정도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 상태라면 쉽사리 쿨하게 놓아주기 힘듭니다. 특히나 엔지니어와 같이 전문적인 인력이거나 직무 풀이 좁거나 사람 구하기 힘든 부서라면 절대 납득할 수 없는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중소, 중견기업의 인사평가는 정치질로 귀결됩니다. 이미 공정함 따위는 머릿속에서 사라졌습니다. 당장 인력의 이탈을 막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니까요. 이렇게 올해도 인사평가는 정치싸움으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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