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택적 근로시간제
윤석열 당선인의 노동 공약 중 근로시간 유연성에 관한 내용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을 기존 1~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란 일정기간의 단위로 정해진 총 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간, 1일의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아래 내용에 대해서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해야 합니다.
1) 대상 근로자
2) 정산기간(1개월~3개월)
3) 반드시 근로하여야 하는 시간대를 정한 경우에는 그 개시 및 종료시간
4)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근로할 수 있는 시간대를 정한 경우에는 그 시작 및 종료시간
5) 유급휴가 부여 기준 등이 되는 표준 근로시간
결국 정산기간 내의 총 근로시간 범위 내에서는 기존 근로기준법의 1주 40시간, 1일 8시간의 근로시간제한이 없어집니다. 즉 1개월 동안 총 근로시간을 8시간 x 30일 = 240시간으로 정했다면 그 범위 내에서는 하루 8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더라도 별도 가산수당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2021년 1월 5일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신상품 또는 신기술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정산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과도한 초과 근로를 막기 위해 1개월 평균 1주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을 넘으면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가산수당을 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론적이라고 해야 할지, 이 제도를 홍보할 때는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라는 부분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각 근로일 사이에 최소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줄 것을 법에 정하고 있고, 위에 언급한 필수적인 서면합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경우에 따라 반드시 일해야 하는 시간대가 정해 지거나, 자율 선택 가능한 폭이 제한되는 등 기본적으로 회사의 사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이미 법에 정해진 근로시간제한과 연장, 휴일, 야간수당 지급에 관한 근로기준법도 평생을 개무시하며 사업을 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기업들인데, 이러한 제도를 근로자의 이익을 위해 도입할 회사는 적어도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52조(선택적 근로시간제)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을 포함한다)에 따라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각을 근로자의 결정에 맡기기로 한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정하면 1개월(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에는 3개월로 한다) 이내의 정산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근로시간이 제50조 제1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1주 간에 제50조 제1항의 근로시간을, 1일에 제50조 제2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다.
1. 대상 근로자의 범위(15세 이상 18세 미만의 근로자는 제외한다)
2. 정산기간
3. 정산기간의 총 근로시간
4. 반드시 근로하여야 할 시간대를 정하는 경우에는 그 시작 및 종료 시각
5. 근로자가 그의 결정에 따라 근로할 수 있는 시간대를 정하는 경우에는 그 시작 및 종료 시각
6.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② 사용자는 제1항에 따라 1개월을 초과하는 정산기간을 정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
1.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시작 전까지 근로자에게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줄 것. 다만, 천재지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불가피한 경우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있으면 이에 따른다.
2. 매 1개월마다 평균하여 1주간의 근로시간이 제50조 제1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한 시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할 것. 이 경우 제56조 제1항은 적용하지 아니한다.
2. 정산 기간의 1년 확대
이러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을 1년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존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제를 껍데기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마치 이 확대의 장점으로 “주 4일제 근로도 실현이 가능하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게 바로 조삼모사의 전형적인 예가 아닐까 합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아래에서 주 4일제가 가능하다는 것은 최소한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일해야 하거나, 다른 주에 6일치 근로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회사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서야 1년의 단위기간에 대한 총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 40시간보다 적게 잡을 이유가 없습니다. 즉,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근무하면 1년의 단위기간 동안 채워야 하는 총 근로시간이 딱 채워진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떤 특정한 한 주에 주 5일이 아니라 주 4일을 일하려면 그 주에 4일 근무하는 동안 하루치 8시간을 나눠서 채우던가, 아니면 다른 주에 그 하루치 8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주 4일만 일 할 수 있다는 것만 말하고 대신 그 4일 동안이든 다른 주가 됐든 모자란 하루치만큼 어쨌든 나눠서 더 일해야 한다는 것은 쏙 빼놓고 있는 것입니다.
애초에 이런 설명 자체가 “난 너한테 사기를 칠 거야”라는 말이 아니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마치 양아치 보험 팔이들이 하는 짓을 보는 기분입니다.
3. 실현 가능성
일단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는 여소야대 상황으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로기준법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어느 당이 우세를 차지하든 일단 노동계의 반발은 매우 거셀 것입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이미지는 민주노총이 하도 깎아먹어서 회사나 노조나 똑같이 더러운 양아치들이라는 인식이 있어 그 힘이 약할 수는 있지만, 요즘은 젊은 직장인들도 워라벨과 공정에 대한 욕구가 높기 때문에 법 개정이나 제도 도입에 큰 저항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정부가 나서서 밀어붙이고, 그래서 법이 통과가 돼 버린다면, 기업이 마음먹고 1년짜리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고 든다면 저항이야 하겠지만 최종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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