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법의 사각지대에서 외면받는 근로자
우리나라의 노동법은 생각보다 사각지대가 곳곳에 존재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5인 미만 기업의 경우 근로기준법의 상당 부분이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비정규직의 경우 굉장히 불안정한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골프장 캐디나 보험설계사와 같이 특수형태 근로자의 경우에도 개인사업자의 단점과 근로자의 단점만을 모아서 가지고 있고 최근 산업의 발전으로 생겨난 플랫폼 노동자도 기존의 특수형태 근로자와 유사한 입장에 놓여 있습니다.
2. 논의의 시작
이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금이나마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고용노동부 비정규직 정책 TF의 개선사항으로 노무 제공자 전체에 대한 일반법 제정과 기본적인 권리보호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고, 2019년에는 고용노동부 정책연구용역의 일환으로 <일하는 사람 전체에 대한 일반법 제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안 형식으로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2021년도에는 당시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이재명과 마이너 후보 중에서는 그나마 영향력이 있던 심상정 후보 모두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공약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안철수 후보는 근로기준법 전면 재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므로 결국 비슷한 맥락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어떤 권리를 보장해야 할지에 대해 학계와 정계, 노동계에서 다양한 논의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3. 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한 부분일까?
사실 정치권에서 어떤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모두 지극히 정치적인 속내를 감추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가장 의문이 드는 부분은 이미 근로기준법이 있는데 굳이 기본법이라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점입니다.
말은 그럴듯해서 모든 노무제공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법을 만들겠다라는 것이지만, 결국 달리 말하면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근로기준법에 정한 모든 권리를 다 인정해 주지는 못하겠고 그중에서 최소한의 보장만 해 주겠다는 의미가 됩니다. 근로기준법상의 모든 권리를 다 보장해 주려면 그냥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서 그 적용대상이 근로자를 모든 노무제공자로 바꾸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별도의 법을 만든다는 것은 근로기준법 중에서 몇 개만 보장해 주겠다는 뜻입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하고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기본적 권리와 공정한 계약조건을 정한 기본법을 제정하여 최소한의 노동규칙을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이 법 제정을 통해 보장하려고 하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 사생활과 개인정보의 보호
- 사회적 괴롭힘과 성희롱으로부터 적절한 보호
- 보성보호 및 육아관련 보장
- 개인의 선택권 존중
- 적절한 권리구제 방법
이 내용을 보면 뭔가 핵심적이고 쓸만한 근로자의 권리에서는 전부 다 비껴가서 조금은 허황되고 굳이 새로운 기본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는지, 과연 이 기본법으로 유의미한 권리 보장이 될지 상당히 의문이 가는 항목들입니다. 실제로 법이 아니라 기본법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굉장히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담게 되는 만큼 구체적인 권리 보장과 권리 실현에 큰 도움이 되는 법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냥 보여주기 식의 규정이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4. 5인 미만 근로자는 언제 보호하나?
이전에 5인 미만 사업장에 절대 취업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시리즈로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취직하면 절대 안 되는 이유 by 건오
각종 근로기준법상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불안정한 지위와 과도한 노동환경 속에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이들은 특수형태근로자나 플랫폼 노동자와 같이 개인사업자와 근로자 그 중간 어느 지점에 있는 애매한 지위가 아니라 명백히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에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명백한 근로자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법 체계에서 허울뿐인 기본법을 만든다고 해서 얼마나 현장이 개선될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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