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에 있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납니다. 특히 어린 남녀가 많이 모여있는 제조업 공장 같은 경우 생산직 직원끼리 또는 유부남 엔지니어와 어린 여성 직원 사이에 섹슈얼 이슈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최근 언론에 나오고 있는 몇몇 회사들의 직원 횡령사건처럼 상벌위원회를 통해 가벼운 징계가 이루어지는 경우뿐 아니라 징계해고에 이르는 대형사고를 처리할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잡음 없이 징계해고 또는 징계에 따른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법에 정해진 요건을 명확하게 지켜야 합니다. 징계를 받는 직원도 가벼운 처벌이라면 어느 정도 감안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처벌 수위가 높은 경우 본인도 본인의 인생이 달린 문제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어떻게든 문제 삼아 본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애를 씁니다.
징계 해고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해고 사유에 해당하는 비위사실을 명확히 적시하고 충분한 방어권 행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법적 분쟁까지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그와 관련해서 최근 나온 대법원 판례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다만 이 판례는 그 사실관계가 조금은 특수합니다. 비위행위가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복수의 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 포괄적으로 해고 사유를 기재한 케이스입니다. 물론 판결문의 판시 내용을 통해 대상자가 이미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대응도 가능한 경우 사유를 축약 기재하더라도 위법은 아니라고 하거나 징계 절차의 소명 과정이나 해고 정당성을 따지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서면 통지까지 완전히 구체적인 특정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함으로써 서면 통지의 한계를 감안하여 다소의 축약은 허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대법 2022.1.14 선고, 2021두50642
1.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담당 학생들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접촉 및 발언으로 다수의 학생들이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꼈고, 이는 복무상 의무에 위반한 때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통지서에는 원고의 해고사유가 축약 기재되어 있을 뿐 해고사유가 되는 구체적인 비위행위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원고가 이미 해고사유가 되는 비위행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정한 해고사유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쉽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지만,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에 위반한 해고 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1.1.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대법원 2014.12.24, 선고 2012다81609 판결 등 참조).
징계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된 해고사유가 축약되거나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징계 절차의 소명 과정이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국면을 통해 구체화하여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해고사유의 서면 통지 과정에서까지 그와 같은 수준의 특정을 요구할 것은 아니다.
나. 성 비위행위의 경우 각 행위가 이루어진 상황에 따라 그 행위의 의미 및 피해자가 느끼는 수치심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는 해고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각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는 특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와 같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여 복수의 행위가 존재하고 해고 대상자가 그와 같은 행위 자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해고사유의 서면 통지 과정에서 개개의 행위를 모두 구체적으로 특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 원고가 218.7.11. 경부터 같은 달 16. 경까지 피고 보조참가인 측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비위행위는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한 신체접촉과 발언, 특히 원고가 인정하는 부분’으로 구체화되었고,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 및 철회, 해고에 이르기까지의 경위와 이 사건 통지서의 문구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해고사유는 ‘학생들이 문제 제기한 신체접촉(꼬집는 행위, 손잡아 끄는 행위)과 외모에 대한 발언’으로 특정되었다고 보인다.
라. 사정이 위와 같다면, 이 사건 통지서상 원고의 해고사유를 이루는 개개의 행위의 범주에 다소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때문에 원고가 이 사건 해고에 대하여 충분히 대응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그럽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통지서에 해고사유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미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알고 있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경우도 아니었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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