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초과하여 회사를 다니다가 퇴사를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마지막 달 급여, 퇴직금, 미사용 연차수당을 정산받게 됩니다. 그런데 회사가 계산해서 준 연차수당 정말 맞게 받은 걸까요?
이번 글은 얼마 전 진행 한 크몽 내 월급 지키기 상담 사례입니다. 정말로 안타까운 것이 이렇게 법에 대해 잘 모르면 당합니다. 내 하루의 거의 대부분 그리고 내 인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생활에서 이러한 법적인 내용을 모른다는 것은 보호장비 없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 현장을 돌아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1. 상담 사례
얼마 전 크몽을 통해 상담신청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퇴사를 했는데 아무리 봐도 연차가 이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 2020년 11월 2일 입사, 2021년 12월 17일 퇴사 (1년 1개월 15일 근무)
- 입사 당시, 회사에서 1년 근무하면 연차는 15개가 발생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 입사부터 퇴사까지 연차를 총 9개 사용했습니다.
- 퇴사하고 나니 갑자기 회사에서 연차가 사실 15개가 아니라 11개라서 미사용분은 3개라며 그것만 정산해 줬습니다.
- 회사의 사장님은 연차 계산을 입사일 기준으로 할지 회계연도 기준으로 할지는 회사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서 회계연도 기준으로 계산하니까 연차가 11개더라라고 말합니다.
처음 상담 시작했을 때는 약간의 오해가 있어서 초과 사용분을 차감했다고 질문 주셨는데 상담 진행 과정에서 그건 아니고 미사용분 3개를 최종적으로 정산받으신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 내용을 보고 어떤 부분이 이상한지 알 수 있으신가요?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이 사례에서 총 발생하는 연차는 26개이며, 따라서 연차 정산은 3개가 아니라 17개가 되어야 합니다.
2. 퇴사할 때는 입사일 기준 재정산이 원칙
사례 마지막 내용이 일단 제일 큰 문제입니다. 회사의 주장은 이겁니다.
“입사일 기준으로 할지 회계연도 기준으로 할지는 회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우리 회사의 회계연도 기준은 1월 1일이고, 그러니 너는 1월 1일부터 퇴사일은 12월 17일까지 1년을 채 근무하지 않은 셈이니 1년 미만자라서 연차는 11개만 발생한다.”
기적의 논리입니다. 심지어 상담 과정에서 노동부의 행정해석까지 첨부해서 보내주었지만, 계속 합당한 근거를 대라며 귀를 막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 신청을 하시도록 안내드렸습니다.
노동부의 행정해석은 명확합니다.
“회사 너네가 편하려고 회계연도 기준을 쓰는 것까지는 좋은데, 어쨌든 근로자한테 불리하면 안 되니까 퇴사할 때는 입사일 기준으로 재정산해서 미정산분을 추가로 줘야 한다. 아 그런데 또 근로자한테 불리하면 안되니까 입사일 기준으로 재정산해 봤는데 오히려 회계연도 기준으로 준 게 더 많으면 그거 차감하면 안 된다.”
회시 번호 : 근로기준과-5802, 회시 일자 : 2009-12-31
【 회 시 】
1.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 및 제4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1년간 8할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15일의 유급휴가를, 3년 이상 계속 근로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최초 1년을 초과하는 계속 근로연수 매 2년에 대하여 1일을 가산한 유급휴가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동 규정에 의한 연차 유급휴가를 산정하기 위한 기산일을 근로자 개인별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개별 근로자의 입사일 등 실제로 근로제공을 개시한 날이 되는 것이나, 노무관리의 편의상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의하여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전 근로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기산일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2. 귀 질의 내용만으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으나, 연차 휴가 산정기간을 노무관리의 편의를 위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전 근로자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더라도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아야 하므로 퇴직 시점에서 총 휴가일수가 근로자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휴가일수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그 미달하는 일수에 대하여 연차 유급휴가 미사용수당으로 정산하여 지급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한편, 퇴직일이 2009년 9월 30일이 아니고 2009년 7월 30일이라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연차 유급휴가를 산정(입사일 기준 총 62일, 회계연도 기준 총 69일)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경우가 발생하며 회계연도 기준에 따라 연차 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여야 함을 알려드립니다(근로기준과-5802, 2009.12.31).
이번 상담 신청을 주신 분은 입사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1년을 넘어서 근무했기 때문에 1년 이상자에 해당하여 연차는 최소 15개가 발생해야 합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겁니다.
3. 18년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연차 26개
2018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기존 1년 미만자의 연차 사용분을 최초 1년 이상자에 발생하는 연차 15개에서 차감하는 단서 규정이 삭제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2017년 5월 30일 이후 입사자는 366일 이상 근무하게 되면 총 발생 연차가 26개가 됩니다. (366인 이유는 최근 나온 대법원 판례와 행정해석 변경 때문입니다.)
미사용 연차수당 노동부 행정해석 변경, 결국 366일 이상 일하라는 의미 by 럇
그런데 위 사례를 보시면 의뢰인은 2020년 입사자이므로 법 개정 이후의 입사자입니다. 그리고 366일 이상 근무를 하셨죠. 그러면 사실 이 분의 실제 발생 연차는 15개도 아니고 26개입니다. 근무하는 총 기간 동안 연차를 9개 사용하셨으니 정산받아야 하는 연차는 3개가 아니라 17개가 되어야 합니다.
4. 그저 남의 일일까요?
위 사례에서 질문자님은 근로기준법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계셨습니다. 그저 처음에 15개라고 들은 것 같은데 갑자기 11개라고 하니까 이상해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만약 회사가 처음부터 11개라고 했으면 어땠을까요?
만약 회사가 퇴사할 때 11개가 아닌 15개 기준으로 미사용 연차를 6개 정산해 줬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질문자님은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고 그냥 ‘맞게 받았나 보다.’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사실은 17개를 정산받으셔야 하는데도 말이죠.
게다가 저와 상담을 통해 회사에 연차 정산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하셨지만, 회사 대표가 너무나 당당하게 거짓말을 합니다. ‘입사일 기준으로 할지 회계연도 기준으로 할지는 회사 마음’이라고 합니다. 이런 법에 대해 잘 모르면 저렇게 회사가 당당하게 말할 때 속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가요?
직장인에게 회사 생활은 내 하루, 내 인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입니다. 그런데 그곳은 온통 함정과 지뢰가 깔린 곳입니다. 회사는 직원들이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법이나 인사제도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합니다. 나 자신과 내 소중한 가족의 생존을 위해서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https://forms.gle/gnd7V66WTCeFzFqQ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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