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사기업의 경우에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을 수는 있지만, 특히 공사, 공단 등 공기업에서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는 일이 하청업체 변경입니다. 내부적으로 어떤 기준이나 지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장기 거래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전제로 주기적인 물갈이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렇다 보니 정부가 앞에서는 비정규직 철폐니 뭐니 하면서 뒤에서는 이러한 하청 업체 변경 및 고용 승계로 몇 년 주기로 하청 업체와 사장은 바뀌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대로 고용승계가 되면서 끝없이 비정규직의 도돌이표가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2021년 4월 29일 나온 판례(2021. 4. 29. 선고 2016두57045 판결)는 이러한 공사의 하청 물갈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청소업무를 담당하는 용역 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신규 용역 업체가 해당 공사와 기존 용역 업체 근로자들을 고용 승계하기로 약정(용역 시방서)을 하고 용역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기존 용역 업체 근로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면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들어가게 됩니다.
판결문 전문은 별도로 첨부하니 혹시 궁금하신 분은 한번 쭉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판례는 고용승계 기대권을 인정한 판결로 몇 가지 시사점이 있습니다.
1. 영업양도 법리에 제한되지 않는 기대권
이미 기존에도 판례를 통해 인적, 물적 조직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영업양도를 하는 경우 고용승계가 내포되어 있다고 보아 고용승계 기대권을 인정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례는 기존의 영업양도 법리와 달리 1) 종전 용역업체와 새로운 용역업체 사이의 영업양도 의사도 없고, 2) 인적, 물적 조직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한 것이 아님에도 고용승계 기대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2. 근로자 측 사정을 고려
이번 판결은 고용승계 기대권은 새로운 근로관계 성립에 대한 신뢰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 성격상 근로자 측의 사정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해 준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명문 규정이 없는 법리의 한계점
하지만 문제는 성문법(입법 기관에 의해 만들어져 문서화된 법)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나라 법 체계 상 기존 인정되어 오던 일체 영엉양도에서의 기대권이든 이번에 인정된 하청 변경 시의 기대권이든 모두 아무런 명문 규정 없이 판례에서 인정되는 법리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적법한 갱신 기대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명문화된 법 규정이 필요하다는 학계의 견해가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2021년 5월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위원장이 사업 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게 됩니다,
이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은 사업 이전이라는 사실의 발생을 이유로 근로관계의 승계라는 법률 효과가 발생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사업 이전에는 외주화나 수급인 등의 변경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 법률안은 2021년 12월 1일 국회 환노위 주관으로 입법 공청회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2022년 1월 4일 국회 소위회의에서 상정 및 축조심사를 한 것이 가장 최신 현황으로 보입니다.
https://opinion.lawmaking.go.kr/gcom/nsmLmSts/out/2110156/detail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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